편지

세 번째 편지

<span class="sv_member">치영</span>
치영
2026-01-28 23:45
방문자 님, 안녕하세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편지를 게으르게 쓰니 신년 인사를 이제야 드리게 됐네요.
새해 이야기를 하며 작년은 어땠나 돌아보려니 너무나도 아득하게 먼 과거처럼 느껴져요.
한 달 조금 넘는 시간동안 갑자기 많은 변화가 있어서 체감하는 시간의 흐름이 더 길어진 영향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해가 바뀌면 조직이 개편되곤 해요.
올해는 담당 임원도 바뀌고 해서 조직이 아주 크게 달라졌는데, 저는 파트장만 교체되고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만 예기치 못하게 인사 직무에 지목되는 바람에 팀 내 누구보다 업이 크게 바뀐 처지가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업은 시장에 판매 되는 제품을 개발하는 일이에요.
사무실에서 개발한 내용을 현장에 들고 나가 실제 환경에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의도와 다르게 동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문제를 고민하고 수정도 하는 그런 일들이 재미있게 느껴지거든요.
이걸 내부적으로는 상용 업무라고 부르는데요, 지난 몇년간 상용과 동떨어진 선행개발을 수행하느라 그다지 일이 즐겁지는 않았네요.

선행 개발은 아직 시장에 내보이지 않았지만 미래의 먹거리가 될 기술을 연구하는 일이에요.
그나마 최근에는 선행 개발한 기술들을 시제품으로 만들어 CES나 MWC같은 행사에 선보이면서 상용과 비슷한 재미를 조금은 느꼈지만, 기본적으로 서류를 보고 설계를 하는 데서 그치는 일이라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상용 개발을 하고 싶다고 나름대로 열심히 어필했는데 이번 조직 개편때 상용 보내준다고 했다가 다음날 갑자기 다시 선행으로 보내져서 엄청 서운했던 에피소드도 있고요.

그런 현재 업무에 대한 불만이 인사가 절 지목했다고 했을 때 크게 고민하지 않고 수락한 하나의 이유가 되었네요.
인사 부서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팀 내 인사업무를 보는거라 업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된 이번주부터 너무 많은게 달라져서 따라가기가 벅차다는 생각도 잠깐 했어요.

채용, 교육, 재무, 보안, 상생, ... 하나하나 나열하기에도 벅찬 정말 많은 일들을 500명 가까이 되는 팀원을 대상으로 해야 하네요.
오늘이 수요일이니 제대로 업무를 한 건 이제 사흘차란 소리인데 이걸 1년이나 해야한다고? 싶어져서 두 배로 피곤해집니다...
다른 팀은 적게는 10명정도 많아 봐야 100명 남짓이란 이야기를 듣고 인사 담당자 비율 좀 맞춰 줄 수 없나 생각했던 것도 떠오르네요.
남는 시간에 팀 직속의 지위를 남용(?)해서 은근슬쩍 현업도 발 걸쳐보려고 했는데 택도 없다 싶어요.

긍정적인 면을 좀 보자면, 그간 타성에 젖어 성장을 게을리 했다는걸 많이 실감했어요.
완전히 다른 일을 하니 새로움도 느껴지고 재미도 있고... 힘들지만 어렵게 해낸 만큼 결과가 나왔을 때 보람도 많이 느끼고요.
적어도 올 한 해는 스스로도 열심히 보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작년까지는 너무 놀았다 싶었거든요ㅋㅋ).

방문자님께서도 긍정적 변화를 겪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볼게요.
이만 줄여봅니다.

치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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